지난 글에서 《소크라테스의 변론》을 읽어보았습니다. 이어서 마찬가지로 플라톤 《크리톤》은 사형을 선고받은 소크라테스의 마지막 순간을 다룬 철학적 대화편입니다. 이 작품은 기원전 399년, 소크라테스가 아테네 법정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감옥에서 처형을 기다리는 동안 그의 오랜 친구 크리톤(Crito)과 나눈 대화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크리톤》은 단순한 탈출 제안을 둘러싼 논의가 아니라, 법과 정의, 도덕적 책임, 개인과 국가의 관계 등을 깊이 있게 탐구하는 철학적 저작입니다. 소크라테스는 크리톤의 탈출 제안을 거부하며, 공동체의 법과 정의를 지키는 것이 개인적 이익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앞서 《소크라테스의 변명》에서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철학을 변호했지만, 배심원단은 유죄를 선고하고 사형을 결정합니다.
소크라테스가 처형을 기다리던 동안, 그의 친구들은 그를 구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습니다. 당시 아테네의 사형 집행은 델로스 섬으로 보내는 종교적 사절단이 돌아오기 전까지 유예되는 관습이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소크라테스는 몇 주 동안 감옥에서 머물러야 했습니다.
이때 그의 친구 크리톤이 감옥을 찾아와 소크라테스에게 탈출을 권유합니다. 크리톤은 탈출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으며, 소크라테스가 원하기만 하면 쉽게 도망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이에 반대하며, 법과 정의에 대한 철학적 논쟁을 펼칩니다.
- 주요 내용: 크리톤과 소크라테스의 대화
크리톤의 설득
크리톤은 감옥에서 소크라테스를 만나고, 탈출을 강력히 권유하는데요, 그는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소크라테스가 탈출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먼저, 친구들의 명예 보호를 이유로 듭니다.
사람들이 크리톤과 소크라테스의 친구들이 그를 구하지 않은 것을 비난할 것이며, 친구들이 돈을 아끼거나, 위험을 감수하기를 꺼려 그를 방치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또한 소크라테스의 책임을 이유로 듭니다.
소크라테스가 자신의 아이들을 버려두고 죽어서는 안 되며, 살아남아 아이들을 올바르게 교육하는 것이 도덕적 책임이라고 말합니다.
마지막으로, 그의 사형 형량은 부당한 판결이며, 이 부당한 판결에 대해 대응을 하지 않는 것은 어리석은 일임으로 감옥에서 탈출해야만 한다고 말합니다.
크리톤과 친구들은 충분한 돈과 자원을 가지고 있으며, 이미 경비원들을 매수할 계획도 있었습니다.
이에 소크라테스는 반론을 제기합니다.
대중의 의견은 중요하지 않고 전문가와 이성적인 판단이 더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마치 건강에 대해서는 의사의 조언을 따르는 것이 중요하듯이, 정의에 대해서도 전문가의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악행으로 악을 갚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법정의 판결이 부당했다고 해서, 그것을 법을 어기는 방식으로 보복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악행을 당했다고 해서 악행으로 대응하는 것은 정의롭지 않다고 말합니다.
또한 그는 아테네에서 오랫동안 살아왔으며, 사회계약의 원칙에 따라 이 도시의 법을 묵시적으로 받아들여 왔다고 말합니다. 그러므로 시민으로서 법을 존중해야 하며, 이제 와서 불리한 결과가 나왔다고 법을 거부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주장합니다.
법을 어기고 탈출하면, 법 자체가 무너질 위험이 있으며, 법이 무너지면 사회 질서가 유지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이것은 결국 국가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결국,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감옥에 남아 사형을 받아들이기로 합니다.
소크라테스와 파이돈의 대담에서 우리는 철학적 의미와 현대적 시사점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1) 법과 정의의 관계
‘법이 부당할 경우, 개인은 이를 따라야 하는가?’
소크라테스는 법을 지키는 것이 사회 전체의 질서를 유지하는 길이라고 봤습니다.
(2) 사회계약론의 기초
이후 루소, 홉스, 로크 같은 철학자들이 발전시킨 사회계약론의 사상적 기반을 제시했습니다.
‘시민은 국가의 법을 따를 의무가 있다.’라는 사회계약론의 초석이 된 것입니다.
(3) 개인의 신념과 공동체의 질서
소크라테스는 개인의 신념과 공동체의 질서가 충돌할 때, 신념을 지키면서도 공동체를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4) 윤리적 일관성
그는 자신이 평생 신봉했던 철학과 가르침을 끝까지 실천하며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결론적으로, 《크리톤》은 단순한 탈출 제안과 거부가 아니라, 법과 정의, 개인의 도덕적 책임을 탐구하는 중요한 철학적 대화편임을 알 수 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법이 부당하더라도, 개인은 그것을 따를 책임이 있으며,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의 선택은 개인적 이익보다 공동체의 안정과 도덕적 일관성을 우선시한 것이며, 오늘날에도 법과 도덕, 사회적 책임에 대한 중요한 논의를 촉진하는 철학적 유산으로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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